혼자 산을 걷던 남자는 멀리 떨어진 숲속에서 사람 하나를 발견했다.
그 사람은 두 발로 서서 한쪽 손을 흔들고 있었다.
남자는 자신에게 인사하는 것이라 생각해 손을 흔들어 답했다.
그러자 상대는 갑자기 움직임을 멈췄다.
잠시 후 남자는 자신이 손을 흔든 것을 후회했다.
그는 상대에게서 눈을 떼지 않은 채 천천히 뒤로 물러나기 시작했다.
상대는 여전히 그 자리에 서서 남자를 바라보고 있었다.
무슨 일이 있었을까?
남자가 멀리서 본 것은 사람이 아니라 뒷다리로 서 있던 곰이었다.
곰은 앞발을 움직이고 있었고, 멀리 떨어져 있던 남자는 그 모습을 사람이 자신에게 손을 흔드는 것으로 착각했다.
하지만 곰은 처음부터 남자에게 인사하고 있었던 것이 아니었다. 오히려 그때까지 남자의 존재를 제대로 인식하지 못하고 있었다.
남자가 인사라고 생각해 크게 손을 흔들자 곰은 갑자기 움직임을 멈추고 남자 쪽을 바라보기 시작했다.
그제야 남자는 상대의 몸집과 자세가 사람과 다르다는 것을 알아차렸고, 자신이 보고 있던 것이 곰이라는 사실을 깨달았다.
남자는 자신이 먼저 큰 동작을 해 곰의 주의를 끌어버렸다는 사실을 후회했다.
그는 곰에게 등을 보이고 뛰는 대신, 곰의 움직임을 살피며 천천히 거리를 벌리기 시작했다.
창밖에서 자신을 향해 반갑게 손을 흔드는 남자를 보고 미소 짓던 주인공이 잠시 후 사색이 되어 기절한 이유는 남자의 정체 때문입니다. 남자는 창가에 서 있던 것이 아니라 고층 빌딩 옥상에서 추락하는 도중 바람에 팔이 휘날리며 허우적대던 상태였음을 뒤늦게 깨달은 끔찍한 착시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