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가족은 정말 가난했다.
아버지는 먹을 것을 구하러 나갔다가 온몸이 독극물에 범벅이 되어 숨지셨고, 어머니는 거대한 물체에 깔려 온몸이 터져 죽었다.
형은 팔다리가 모두 뜯겨나간 채 고통스럽게 죽었고, 여동생은 뜨거운 불에 타서 재가 되었다.
남겨진 나는 슬픔 속에서 어찌할 바를 모르고 있다.
지금 나에게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걸까?
이 이야기를 말하는 화자와 가족은 인간이 아니라 한 가정집의 틈새에 숨어 살던 바퀴벌레들이었다. 먹이를 구하러 부엌으로 나온 아버지는 사람이 뿌린 살충제를 온몸에 맞아 독에 중독되어 죽었다. 어머니는 방 안을 지나가다가 자신보다 수백 배 큰 사람의 슬리퍼에 짓눌려 몸이 터졌다. 형은 아이들에게 붙잡혀 장난감처럼 다뤄지는 과정에서 다리와 더듬이가 뜯겨 죽었고, 여동생은 사람이 라이터 불로 벌레를 태우는 장난을 하다가 불에 타 재가 되었다. 인간의 관점에서는 해충을 제거하거나 잔인한 장난을 한 일에 불과했지만, 화자에게는 가족 전체가 차례로 살해당한 참극이었다. 홀로 살아남은 바퀴벌레인 화자는 인간의 집 안에서 다음 희생자가 될지 모른 채 슬퍼하고 있는 것이다.
어둠 속에서 가족들과 행복하게 모여 살다가 불이 켜지자마자 사방에서 거대한 흉기(신문지, 살충제)가 들이닥쳐 가족들이 떼죽음을 당한 비극의 화자는 인간이 아닙니다. 문제의 주인공 일가족이 사실은 싱크대 밑에 살던 '바퀴벌레 가족'이었다는 시점 전환의 블랙코미디적 트릭을 간파해야 합니다.